토지 경매 때 ‘입찰 외 건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법정지상권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법정지상권이란 토지와 건물 중 어느 하나의 소유자가 바뀌었을 때, 토지 소유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건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권리다. 토지와 건물 소유자 간의 계약으로 성립하는 지상권과는 다른 개념이다.
법정지상권의 성립 요건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토지에 근저당권 설정 당시 건물이 존재하고, 건물 소유자가 토지 소유자와 동일인이어야 한다. 이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토지만 경매로 매각된 때에는 건물 소유자는 낙찰자에게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다. 여기서 건물의 범위에는 미등기, 무허가도 포함된다. 건물이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규모, 종류 등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건축이 진전된 상태라면 미완성 건물에도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다.
매매 등으로 어느 하나의 소유자가 바뀌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A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다가 B에게 토지를 이전하고, A가 나중에 건물을 철거하겠다는 등의 특약이 없었다면 A는 B의 토지에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A는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는데, 이는 토지에 압류나 가압류 등이 등기된 후 진행되는 강제경매 사건에도 적용된다.
만약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 건물이라면, 낙찰자는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철거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면 건물 소유자에게 사지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토지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신청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투자 고수들은 입찰 외 건물의 철거보다는 강제경매신청을 통해 건물을 저가로 낙찰받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 고급빌라 주인이 22억원 넘는 사채를 끌어쓰다 경매 절차를 2번이나 밟게 됐다. 20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70평 규모의 방배 고급빌라가 재매각 물건으로 나왔다. 소유주 A씨는 이 빌라를 담보로 대부업체에 12억원, 개인 간 금전거래로 3명에게 총 10억2000만원을 빌리는 등 22억여원의 사채를 끌어다 썼다. 이후 빚을 감당하지 못해 2022년 초 경매에 넘어왔고, 입찰가 25억여원에서 한 차례 유찰된 뒤 23억8650만원에 낙찰됐지만 A씨의 항고로 번복됐다. 법원이 2022년 2월23일 매각 허가를 내렸는데, A씨의 항고에 따라 법원이 같은해 11월 '최고가 매각 허가 취소 결정'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1년 만인 지난해 말 감정가 30억원에 경매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A씨가 개인회생을 통해 강제 경매를 취소하려고 했으나 법원이 회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경매 재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이 사건은 대금 미납으로 인한 재매각 사건은 아니고, A씨가 개인 회생을 신청하면서 법원이 최고가 매각 허가를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A씨의 회생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다시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경매 시장에 재등장한 방배 고급빌라 감정가는 30억여원으로 1년 여전보다 5억원 넘게 올랐다. 1차 30억원, 올해 1월17일 2차 입찰가 24억원에서 모두 응찰자가 나오지 않아 유찰됐다. 내달 14일 19억2000만원에 3차 매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뉴스1>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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